📦 무형의 가치를 한 장의 사진으로 빚은 예술, 룩북

🖼 작품을 보듯, 브랜드의 룩북으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볼까요?

2023. 10. 11.

2023.10.12ㅣ5호ㅣ구독하기ㅣ웹으로보기

님은 관심있는 브랜드가 생겼을 때, 제일 먼저 무엇을 보나요?🧐 저는 그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펴봅니다. 새로운 소식은 물론 브랜드의 룩북을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룩북(LOOKBOOK)은 브랜드가 어떤 제품을 출시하는지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분위기와 컨셉을 만들고 싶었는지도 엿볼 수 있거든요. 한 장의 이미지에 상상력을 펼쳐보기도 합니다.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요!

룩북은 무형의 가치를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자, 창작자인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예술적 감각을 표현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오늘 언박스 페이지에서는 브랜드가 만드는 룩북에 대해 탐구해 보았는데요. 시선을 끄는 사진에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보는 건 어떨까요? 새로운 브랜드와 특별한 작품을 알아가는 재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에디터 윤의 시선이 머문 국내 패션 브랜드 23 FW 시즌 룩북을 모았습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단 한 장의 사진이지만, 그 안에는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죠. 브랜드 디렉터에게 룩북에 대한 의미와 이번 시즌 룩북에 대한 생각까지 묻고 답한 기록을 담았습니다.

[공통 질문]

💡브랜드에 룩북은 어떤 의미인가요?

📸룩북을 만들 때 꼭 지키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23 FW 룩북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프리즘웍스 FrizmWORKS

밀리터리와 워크웨어를 베이스로, 입기 편한 캐주얼한 옷을 만들어요. 어느덧 13년 차 브랜드예요. 간결하고 심플한 외형 디자인과 달리, 숨겨둔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브랜드랍니다.

💡 프리즘웍스는 그래픽과 문구를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품으로만 모든 것을 전달하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요. 예를 들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 같은 것들이요. 룩북은 프리즘웍스를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무드는 이런 것입니다’라고요.

📸 10년 전, 5년 전, 1년 전 프리즘웍스의 룩북을 보면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의도한 것인데요.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이미지를 지키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언제나 한결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전반적인 무드와 모델도 꾸준히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새롭고 신선한 비주얼은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해 전달하고 있죠.

💭 23FW 룩북은 라틴어 명언인 'facta, non verba(말보다 행동)'을 주제로 삼았어요.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가장 본질적인 옷에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오랜 시간 함께 해오고 계신 김칠두 모델, 손이람 모델과 했습니다. 70~80년대 미국 서부 지역 어딘가를 연상시키는 촬영장이었는데, 가을겨울 분위기가 나는 공간이었어요. 한여름 촬영이라 더워서 힘들었지만요. 모두 열심히 해주신 덕분에 멋진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

에즈이프캘리 as if CALIE

캘리포니아의 여유롭고 편안한 무드를 담은 여성복 브랜드예요. 다양한 색감과 디테일이 돋보이는 제품들이 많아 톡톡 튀는 개성있는 스타일링을 하기 좋은 브랜드죠!

💡 (룩북은) 에즈이프 캘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스토리를 이어가는 수단이라 생각해요. 에즈이프 캘리만의 센스와 위트를 전할 수 있는 요소기도 하고요. 룩북에는 시즌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빈티지 무드를 지켜가려고 해요. 그래서 전 시즌 룩북을 모아보면, 통일감 있는 빈티지한 무드가 많이 녹아져 있답니다.

📸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 23 FW에는 룩북을 두 차례로 나눠 선보였어요. 1차 룩북에는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스웨트셔츠와 티셔츠를, 2차에는 디테일이 강하고 포인트가 있는 제품의 룩북을 선보였죠. 에즈이프 캘리를 신선하게 느낄 수 있도록요! 룩북 컨셉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악세서리, 신발 등도 신경 써서 스타일링하는데요. 힘을 쏟은 만큼, 감사하게도 판매 제품인지 문의도 많이 온답니다.

💭 전체적인 23 FW 컨셉 웨스턴(Western)과 연결해 1차 컬렉션 룩북은 ‘HOWDY’(미국 남부에서 자주 사용되는 인사말이자 옛 카우보이들의 표현)를 테마로 잡았습니다. 황량하고 거친 대자연, 날 것의 느낌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촬영지를 몽골로 정했고 현지에서 모델을 섭외했어요. (저도 인스타그램 댓글에 모델 반응이 눈에 띄더라고요!)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체리핑크같이 팝(POP)한 색감, 과감한 아트워크를 배치하니, 위트와 자유로운 감성이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참, 자유롭게 뛰노는 양이나 염소, 말도 룩북의 배경으로 활용했는데요. 말똥을 치우느라 조금 고생하긴 했어요. 태어나 가장 많은 똥을 밟지 않았나 싶어요. (웃음)

킨치 Kinch!

현 세대와 과거로부터 영감을 받아, 키치함을 킨치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 단위 브랜드입니다. PROJECT A, B, C… 형태로 제화, 의류, 그림 등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을 선보여요.

💡 룩북은 킨치가 추구하는 무드와 스타일을 전달하는 매체예요. 제화는 의류에 비해 제품 자체에 시즌 컨셉을 충분히 담기에는 부족하거든요. 발매하는 제품 수도 많지 않고요. 단순히 제품을 부각해 판매를 연결하기 위함이 아닌, 킨치라는 브랜드 색깔을 보여주고 싶은 도구예요.

📸 컨셉, 스타일링, 모델을 까다롭게 챙기는 편이에요. 정형화된 구두 스타일링의 틀을 완전히 깨고 싶어요. 보통 구두는 딱딱하고, 격식 있는 자리에 입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많잖아요. 일부러 신발이 돋보이지 않는 스타일링을 했어요. 누가 보더라도 가죽 신발을 신고 있다고 인지할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의도하신 대로 제가 느끼고 있었네요)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보통 유명한 모델들보다 프리랜서나 주변 지인에게 부탁하는 편인데, 이 부분도 차별화를 꾀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 이번 시즌 컨셉은 ‘UNDETERMIND(정해지지 않은)’이예요. 킨치가 추구하는 자유로움, 젊음, 멋짐, 편안함을 담기 위해 BMX(Bicycle Motocross)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모습을 컨셉으로 잡고 실제 스케이트보드 선수와 BMX 선수였던 분들을 섭외했죠. 당시 30도 넘는 기온에 가을, 겨울 옷을 입고 땡볕에서 촬영했는데요. 많은 분이 고생한 만큼, ‘제화도 다채롭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호스 OJOS

제품이 아닌 메시지를, 진열이 아닌 전시를 지향하는 브랜드입니다. 분리·탈착·변형되는 실용적인 제품 디테일과 기능성 소재, 무채색을 활용한 신선한 디자인과 아트워크를 전개하고 있어요.

💡 룩북은 저희에게 전시장의 리플랫(leaflet)과 같은 '시각적 작품 해설지'예요. 에디토리얼 콘텐츠는 시즌 테마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 단순히 이미지로 보여주는 룩북보다는 공감각적인 전시 경험을 추구해요. 때문에 시즌마다 아트워크를 인하우스에서 진행하기도 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선보이려고 노력하죠. 사진, 영상, 음악, 글 나아가 공간과 제품에서까지 시즌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히 느껴졌을때 고객분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어필되는것 같아요. (다양한 매체, 포맷으로 연결성있게 브랜드를 표현한다니,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이번 시즌은 ‘몰개성 속의 자아실현’이라는 주제에서 시작됐어요. 모두가 개성을 표현하는 시대지만, 자기표현의 카피는 결국 획일화와 같지 않을까?’하는 유머러스한 생각에서 출발했죠. 반항심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로 규율적 요소가 많은 회사라는 공간이 적합해보였고, 시즌 키워드로 ‘OJOS OFFICE’를 설정했습니다. 제품군에서는 테마와 어우러지는 오피스 유니폼(셔츠, 타이등) 적인 요소들이 돋보이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오호스 제품은 제품 내에서 분리/탈착/변형이 이루어지는 요소가 많은데, 이번 룩북이 똑같은 제품 속에서도 획일화되지 않는 스타일링을 시도해 보시는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노매뉴얼 NOMANUAL

매 시즌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갖고 제품에 스토리를 녹여내는 방식으로, 디자인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브랜드예요. 2017년 서울을 기반으로 론칭했답니다.

💡 브랜드는 취향, 문화와 철학을 공유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룩북은 브랜드가 만드는 제품은 물론, 시즌을 준비하면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요소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준비한 시즌의 의도와 배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 브랜드마다 룩북의 차별화를 꾀하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노매뉴얼은 동양인 모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유명한 모델보다는 노매뉴얼과 결이 잘 맞는 사람인지를 유심히 봅니다. 꼭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과도 작업을 종종 진행하기도 해요.

💭23 FW 타이틀은 ‘2-STROKE’ 인데요. 2행정 엔진을 뜻하는 ‘2-STROKE ENGINE’에서 차용했어요. 투박하고 정제되지 않은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노매뉴얼의 시선을 담은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어요. 전문 라이더들이 2행정 엔진이 많이 쓰이는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고 산과 해변을 자유롭게 달리는 모습을 담았어요. 덕분에 박진감 넘치는 라이딩 장면을 룩북에 담을 수 있었는데,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장면들이 노매뉴얼의 결에 잘 맞게 표현돼 상당히 만족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