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옷장에는 어떤 옷으로 가득 채워져 있나요? 안녕하세요, 에디터 윤입니다. 계절의 변화가 생생히 느껴지는 시기를 맞아 지난 주말 미뤄왔던 옷 정리를 했습니다. 정리하다보니, 다른 듯 비슷한 색상과 디자인, 동일한 브랜드 제품이 참 많더라고요. 선호하는 브랜드와 패션 스타일이 참 소나무처럼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옷장에 비슷한 색, 디자인, 브랜드가 쌓이니, 제 취향은 물론, 무엇이든 선택하는 기준 또한 선명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는데요. 이런 경험과 시간들이 곧 ‘자기다움’을 만드는 것일테죠. 님의 옷장이 궁금해요. 님의 옷장에는 어떤 디자인의 옷이 가득 채워져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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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브랜드를 내밀하게 살펴보는 <브랜드 언박싱>에서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대구를 기반으로 2014년 론칭한 패션 브랜드, 유노이아입니다. 유노이아는 그리스어로 ‘아름다운 생각’을 의미하는데요. 아름다운 생각과 아름다운 옷이 연결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기준과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담백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브랜드입니다.
평생 입어도 될 만큼 편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의 제품들로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를 위한 온·오프라인 셀렉트샵 EMPTY(엠프티)에 남성복 라인을 선보인 것은 물론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죠. 매일 새로운 브랜드와 트렌드가 쏟아지는 패션 업계에서 한결같이 수수하지만 담백하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아카이빙을 쌓아온 유노이아에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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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생각을 중심에 두는, 유노이아의 ‘다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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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소개 문구에 ‘수수하지만 담백한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어요. 유노이아가 정의하는 아름다움은 어떤 의미인가요?
모든 아름다움은 비워진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상황과 배경에 따라 평범한 것도 다름이 될 수 있어요. 의식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바라볼 때 발견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브랜드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열매처럼 영글어 가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깊어질수록 농익게 되니까요.
매일 새로운 브랜드가 쏟아지고, 자고 나면 트렌드가 바뀌는 시대예요. 그런 시기에 유노이아는 조급하지 않고 한결같이 절제된 컬러와 디자인의 제품들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신선해요.
빨리 가야 할 이유가 없어서예요. 유노이아를 시작한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현재에 만족하며 유노이아만의 아카이브, 알맹이를 단단하고 뚜렷하게 만들어가는 중이죠. 사람과 브랜드는 알맹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트렌드만 좇다 보면 자칫 고유의 색깔이 흐려질 수 있잖아요.
에르메스, 샤넬은 100년, 질 샌더는 50년이 넘은 브랜드여도 아이덴티티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알맹이가 뚜렷하면 트렌드, 디자이너가 바뀌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아카이브가 뚜렷하기 때문이죠. 저는 유노이아를 오래가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거든요. 그래서 ‘100년의 역사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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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단단하게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은 만드는 사람들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유노이아만의 고유함, 알맹이를 만드는 일에 영감을 주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평소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와 히로세 유코의 <이제 좀 느긋하게 지내볼까 합니다>와 같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책을 좋아해요. 비우는 삶에 맞닿을 때 오는 아름다움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꾸며지지 않은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도 영감의 원천이 되요. 자연의 순리대로 삶이 흘러가듯, 유노이아의 제품도 흘러가는 듯, 순환의 느낌을 좋아해요. 디자인도 그렇지만, 입었을 때도 불편함을 배제하고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한 이유예요.
다양한 색채를 활용하는 대신 블랙과 화이트가 주를 이뤄서 제품이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보이지만 디테일이 다 다르더라고요.
“패션 센스가 없어도 유노이아 제품을 상·하의 셋업으로 입으면 패션을 잘 아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고객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어요. 검은색과 흰색은 심플하면서 누구나 입어도 멋있게 만들어 주는 컬러라 좋아해요. 색깔이 주는 무게감과 세련된 느낌도 있으니까요.
제품 디자인 기획부터 제품 생산, 출고 전 과정을 대구의 한 공장과 진행하고 있어요. 대구는 우리나라 섬유·패션 산업의 발전을 함께해 온 도시인 만큼, 패션 의류 제조와 관련한 베테랑 기술자가 많거든요. ‘유노이아는 퀄리티와 디테일이 좋다’는 평가도 이 덕분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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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를 만들기 전에는 CS 교육 관련 일을 하셨다고요.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하셨다고 들었는데,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건 실행하기 어렵잖아요.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옷을 좋아해서 언젠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시점을 준비하고 있진 않았어요. 일을 하다 보니 건강이 점점 안 좋아지더라고요. 몸이 지치니, 커리어적으로도 미련이나 욕심이 사라지면서 공허해지기도 하고요. 그러다 SNS를 통해 베이식한 니트 스타일 2종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다행히 고객 반응이 좋았고 저 역시 이 일을 할 때 몰입하고 즐겁더라고요. 잃을 것도 없으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겠다 싶었고, 본격적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죠.
유노이아를 꾸준히 찾아주시는 고객이 많으시죠. 구매 후기만 봐도 재구매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거든요. 브랜드 초기에 온라인 스토어만 운영하다가, 고객이 제품을 직접 보실 수 있도록 대구 사무실에서 1년에 2~3번씩 행사를 했었는데요. 방문 고객의 절반 이상이 서울, 경기에서 오신 분들이더라고요. 멀리 대구까지 오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유노이아를 찾아오시니, ‘이제는 매장을 낼 때가 아닌가’ 고민하던 찰나에 연희동에 공간을 오픈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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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의 공간이 유노이아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고객들의 반응도 좋을 것 같네요. 유노이아만의 고객관리(CS) 방법이 궁금해집니다. 어쩌면 옷보다 고객 관리, CS를 정말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고객이 없으면 브랜드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고객 입장에서 방어적으로 움직이는 편입니다. 브랜드가 더 오래가기 위해 작게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 편에 서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상기해요. 물론 애초에 고객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요.
이전에 CS 강사로 일했던 경험이 엄청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정말 큰 도움이 되죠. 제가 CS를 강조하다 보니까 유노이아의 브랜드 색깔에도 묻어나는 것 같아요. 친절하고 다정한 브랜드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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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나누다 보니, 대표님께서 정의하는 성공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졌어요. 이미 성공한 것 같아요. ‘브랜드는 유통과 예술이 합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자본 없이는 예술을 마음껏 하면서 살기는 어렵고 예술이 없는 유통만 하면 빠르게 추락한다는 말이었어요. 유통과 예술, 둘 사이의 균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와닿더라고요. 과거 어떤 시점에 유노이아를 다르게 운영했다면 더 크게 확장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물 흐르듯이 온 지금이 가장 좋아요. 성공은 뭔가를 좇지 않는, 지금 그대로 만족하면서 자연스럽게 커 가는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좇지 않는다는 말이 너무 좋아요. 대표님이 더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100년이 가는 브랜드를 목표로 유노이아를 운영해 보고 싶어요. 옷은 꾸미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으니까요, 유노이아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아기 옷을 만들고 싶어요. 언젠가 딸에게 입히고 싶은 예쁜 옷을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꿈이 큰 것도 좋지만, 눈앞에 있는 걸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옷을 만드는 관점에서 비유하자면, 내가 만든 옷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팔면 되거든요. 내 주변의, 나의 취향을 공감하는 사람들이랑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지내기만 해도 충분히 행복해요. 이것저것 경험해 보면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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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 인터뷰를 재편집했습니다. (원글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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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eunoia)가 더 궁금해졌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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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브랜드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까?
궁금한 브랜드가 있나요? 에디터 윤에게 추천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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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색(思索),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을 말하죠. 원론적인 표현이기도 하지만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고도 불립니다. 봄과 여름의 다채로운 순간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 나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기 좋은 때임이 분명하죠. 짙어지는 가을을 맞아 사색에 빠지기 좋은 🖼︎전시와 아늑한 공간☕︎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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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ㅣ그라운드시소 성수 <스티키몬스터랩: 스틸 라이프>
몬스터들이 살고 있는 도시, M-City 속 일상의 순간을 포착해 <still life:정물>로 담아낸 전시입니다. 몬스터들의 일상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해보세요.
📍 장소: 그라운드시소 성수(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7길 49 생각공장 데시앙플렉스 지하 1층)
📅 기간: 23.9.21 - 24.1.7 |
전시ㅣ알부스갤러리 <친구들 Les Amis>장 줄리앙이 학창시절부터 현재까지 공통된 취향과 관심사를 주고 받는 친구들, 니콜라스 줄리앙, 안 르벡, 그웬달 르 벡과 함께 전시를 열었습니다. 서로의 예술 세계를 풍요롭게 확장하는 모습을 느껴보세요. 📍 장소: 알부스 갤러리(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8길 26)
📅 기간: 23.8.26 - 23.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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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ㅣ포어플랜 @foreplan_official
🕰 카페 10:00 - 23:00 / 바(BAR) 19:00 - 24:00
📍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14길 30-11 1층
포어플랜은 건축가의 작업실에 들어선 듯한 카페 & 바에요. 벽면을 가득 채운 건축 단면 모형과 소품들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실제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FLPM 그룹이 사무공간을 겸하도록 설계했다죠! |
🕰 화~일 10:00 - 21:00 (월 휴무)
📍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28-11
영국 바리스타 챔피언 박상호 로스터가 운영하는 센터커피는 최상위 품종의 원두로 내린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합니다. 맛있는 커피와 그림 같은 서울숲 풍경이 공존하는 센터커피에서 집중의 시간을 가져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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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오늘 언박스 페이지는 어땠나요?
딱 10초만 시간을 내어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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